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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1970년 3월 31일이다. 일본 적군파의 핵심 요원 9명은 도쿄에서 후쿠오카로 향하는 일본항공 여객기를 하이재킹하는데 성공한다. 100여 명이 넘는 승객들과 승무원들은 느닷없이 일어난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이 납치 사건을 벌이고 있는 범인 아이디어 제공 들이 어린 청년들, 그리고 소년 (중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이라는 사실에 더더욱 충격에 빠진다. 이들은 일본도와 폭탄으로 기장을 위협해 ‘평양’으로 갈 것을 요구한다. 기장은 범인들이 항공 운항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이용해 평양에 가려면 연료를 채워야 한다는 거짓말로 후쿠오카에 착륙한다. 후쿠오카에서 기장은 아이를 포함한 몇몇의 인질을 풀어주게 공동담보해지 하는 데 성공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다시 평양으로 가기 위한 여정에 투입된다. 이제 남은 인질과 적군파는 어쩔 수 없이 이들과 평양으로 향하는 수 밖에 없다. 물론, 대한민국 정부가 이들의 주파수를 ‘하이재킹’해서 평양이 아닌 김포로 비행기를 안내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의 일본 적군파 핵심 요원들 /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은행연합회 신용정보조회 "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0/21/ked/20251021092249214jifk.jpg" data-org-width="1200" dmcf-mid="uScjt4ZvTO"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 바꿔드림론 자격 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1/ked/20251021092249214jifk.jpg" width="658">
영화 <굿 뉴스>의 일본 적군파 핵심 요원들 /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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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컷 / 사진. ⓒNetflix"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0/21/ked/20251021092250457ugls.jpg" data-org-width="1200" dmcf-mid="zTsr7RpXCm"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1/ked/20251021092250457ugls.jpg" width="658">
영화 <굿 뉴스> 스틸 컷 / 사진. ⓒNetflix
정말 희대의 사건이, 영화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영화에서 ‘적군파’로 불리는 단체는 실제 1969년에 창립된 공산주의 무장단체다. 도쿄대학교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전공투 운동과 베트남 반전 운동, 그리고 농민들의 주도로 일어났던 나리타 공항 건설 반대 투쟁 (산리즈카 투쟁)까지 60년대 말의 일본은 “정치의 계절 (season of politics)”이라고 명명될 정도로 혁명과 이데올로기적 투쟁이 정점에 이르렀던 시기다. 갖가지 혁명 세력 중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대학생들, 고등학생들로 이루어진 과격 세력, 적군파는 그들의 혁명을 공표할 수 있는 상징적 사건으로 여객기를 납치해 북으로 가겠다는 계획을 꾸민 것이다. 후에 밝혀졌듯이, 이들은 가짜 무기와 폭탄으로 비행기까지 하이재킹하는 데 성공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정부의 ‘영특한’ 계략으로 민간인을 모두 김포공항에서 풀어주게 된다. 변성현 감독의 신작, <굿뉴스>는 장난감으로 ‘무장’한 청년들의 엄청나고 어이없는 테러 사건을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까지 합세해 3국의 협력(혹은 방관)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정치사극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는 질문. 이 기가 막힌 사건에서 ‘굿 뉴스’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적군파가 읊조리는 구호, ‘내일의 조’에서 등장하는 만화 캐릭터가 죽은 것을 애도하는 ‘쇼넨 만가진’ 잡지의 한 면. ‘내일의 조’는 대학생과 20대 청년들의 바이블로 군림했던 만화다
역설적인 제목, ‘굿뉴스’는 사실상 이 영화의 주제 자체이기도 하다. 집단 테러라는 치명적인 사건이 누구에게 ‘굿 뉴스’가 될 수 있는지. 이 사건의 이면에서 누군가는 쾌재를 불렀고 이익을 취했을지 말이다. 영화의 전반에서 등장하는 ‘트루먼 쉐이디’라는 (가상의) 인물의 명언 ?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 ? 은 이러한 맥락에서 영화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요도호 사건’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승객들을 무사히 구해 낸 것은 정말 인도주의적인 고군분투의 결과였을까. 이들이 고귀한 생명과 함께 쟁취한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스틸 컷 / 사진. ⓒNetflix"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0/21/ked/20251021092252976twuf.jpg" data-org-width="1200" dmcf-mid="5qxMSUCEy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1/ked/20251021092252976twuf.jpg" width="658">
영화 <굿 뉴스> 스틸 컷 / 사진. ⓒNetflix
<굿뉴스>는 가히 변성현 감독의 최고 성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리하고 세련되며 유머러스한 풍자극이다. 영화는 고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감독의 비전과 해석이 난무하는 스케치가 가득하다. 가령 그가 그려내는 박정희의 충신들은 하나같이 아둔함과 동시에 퇴행적이다. 류승범이 연기하는 중앙 정보부 부장, 박상현은 아둔하지만 교활하고, 능숙하지만 퇴행적인 이중성의 극단을 보여준다. 그는 군사정권기에 정권의 수장으로 부역했던 이들의 교집합 같은 인물인 것이다. 또한 김포의 비상 상태로 모두가 혼란을 겪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숙취로 오지 못했다는 설정 역시 코믹하지만 (우리에겐) 사실적일 수밖에 없는 변성현식 알레고리라고 할 수 있다.
스틸 컷 / 사진. ⓒNetflix"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0/21/ked/20251021092254256mhtf.jpg" data-org-width="1200" dmcf-mid="19HXMDPKv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1/ked/20251021092254256mhtf.jpg" width="658">
영화 <굿 뉴스> 스틸 컷 / 사진. ⓒNetflix
그렇다면 ‘적군파 사건’은 영화의 외피, 즉 ‘트루먼 쉐이디’가 말하는 달의 앞면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적군파 일화를 통해서 1970년대의 한국, 그리고 그 사회를 군림했던 한심한 리더와 관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리더와 관료들이 최근의 대한민국을 역행하게 한 주역들과 다르지 않다는 명제와 함께 말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하다. 류승범, 설경구라는 ‘원래 잘하는’ 배우들 또한 그러하거니와 무엇보다 홍경이라는 신인이지만 무시무시한 존재의 질주 또한 눈부시다. 적군파의 리더, 카사마츠 쇼와 일본 차관을 연기한 야마다 타카유키를 포함한 일본 배우들 역시 역할보다 훨씬 큰 존재감을 보인다. 마치 오시마 나기사의 <교사형>을 떠올리게 하는 최고의 앙상블 연기다. 그 무엇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기억될 영화라는 것은 앞, 뒷면 없이 분명한 사실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영화 <굿뉴스> 공식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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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25
